‘불황을 모르는 회사, 연간 1000억 원대 순이익을 내면서도 본사 사옥이 없는 회사, 글로벌 합작법인인데도 어떤 회사보다 한국적으로 경영하는 회사.’
유한킴벌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이한 회사다. 우선 이 회사는 불황이 없다. 지난해 매출은 9050억 원에 당기순이익은 1055억 원에 달했다. 매출 감소, 순이익 하락 등 상당수의 제조업체들이 비명을 지르는 올해도 매출은 10%가량 늘어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이익 역시 11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런데도 이 회사는 본사 사옥이 없다. 해마다 수백억 원에서 1000억 원대의 순이익을 내고 있지만 본사는 서울 대치동에서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물론 회사가 좀 더 커지면 사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익은 공장 설립과 연구·개발, 신제품 출시 등 경쟁력과 관련된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기업 철학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십 년 동안 사옥도 없이 지내왔다.
반면 연구·개발과 신제품 출시에는 그 어느 회사보다 적극적이다. 불황이라고 몸을 움츠리는 법이 없다. 예정된 투자를 꿋꿋이 밀고 나간다. 그것이 호황 때 경쟁력의 밑받침이 된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다.
글로벌 합작법인이지만 이 회사 종사자는 누구나 자사를 한국 업체라고 생각한다. 미국 킴벌리클라크가 70%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도 자율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 제품 생산, 수출도 거의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합작법인이나 외국인 투자 법인은 본사의 지침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 지역에도 제한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한킴벌리는 그렇지 않다. 이 회사가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이라든지, 본사 제품보다 품질이 더 뛰어난 제품들을 갖고 무려 52개국에 수출하는 게 이를 입증한다.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16%에 이른다.
킴벌리클라크 역시 세계 150개국에서 제품을 팔고 있지만 유한킴벌리의 수출을 제한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한킴벌리의 좋은 제품과 시설을 벤치마킹해 해외에 전파한다. 미국 킴벌리클라크에서 파견된 임원도 없다.
김중곤(58) 유한킴벌리 사장은 평사원으로 출발해 입사 29년 만인 지난해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사원 출신이 승진해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앉는 전통을 계승한 것이다.
김 사장은 화개장터로 유명한 경남 하동 출신이다. 6·25전쟁이 한창인 1950년 12월에 태어난 김 사장은 “난리통에 부모님이 저를 업고 이리저리 피란 다니며 목숨을 부지했다”고 한다. 부산을 거쳐 서울로 올라온 뒤 중동고와 국민대 경제학과를 나와 1978년 유한킴벌리에 입사했다.
“당시 유일한 박사님의 기업가 정신에 감동을 받아 입사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또 “외국과의 합작기업이 흔하지 않던 시대였기 때문에 합작기업이라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했다”고 밝힌다.
처음에는 기획실에서 일했다. “처음부터 경영 분석과 전략 수립을 하는 부문에서 일하게 돼 회사의 전반적인 사정을 두루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밝힌다. 그 뒤 전산, 경영혁신, 재무, 여성과 노인 위생용품 분야의 사업을 맡으면서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지역의 수출 시장 개발도 맡았다. 비교적 여러 분야를 섭렵했던 셈이다.
그는 불황이 엄습한 요즘 세 가지 경영 방침을 갖고 기업을 이끌고 있다.
출처 : http://www.kbizweek.com/cp/view.asp?vol_no=678&art_no=11&sec_cd=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