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위에서 꿈꾸고 매순간 최선”
학생들은 말했다. 지식보다는 기업가 마인드를 배운 것 같다고. 교수는 말했다. 남의 말을 잘 들으라고. 12일 대전의 KAIST 캠퍼스에서 종강기념 사진을 찍기 전에 안철수 석좌교수(가운데)는 한마디를 더 했다. 마지막 인상이 중요하다고. 대전=김상훈 기자 최신네비게이션 현금0원 구매 노하우 공개! 텐프로가 만족한 남성크기?
“의사 사장 교수 변신 때마다
망상 아닌 영혼이 있는 승부
첫인상 중요하다는 건 거짓
마지막 인상이 그사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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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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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수업을 들으면 사람이 바뀐다고 한다. KAIST의 뛰어난 인재들이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안전한 길을 두고 갑자기 절반 가까이 창업을 꿈꾼다는 얘기.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럴까 궁금했다. 직접 찾아가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마침 그는 본보 창간 90주년 특집기획인 ‘2020년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됐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를 찾아간 12일은 그가 맡은 ‘기업가 정신’ 수업의 종강일이었다. 그는 강의실 앞 커다란 스크린에 한 문장을 띄워 보여줬다. ‘당신이 바로 자신의 삶을 경영하는 기업가입니다(You are an entrepreneur of your own life)’라고 씌어 있었다. 이어서 물었다. “처음 봤을 때와 비교해 느낌이 어때요?” 이 문장을 개강 날 똑같은 스크린에 똑같은 크기로 보여줬다고 했다.
학생이 대답했다. “처음에는 기업가가 되기 위한 지식을 배우려고 수강신청을 했는데 학기가 지나고 보니 지식을 배웠다기보다는 기업가의 마인드를 배운 것 같아요. 기업가 정신이란 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습니다.”
안철수 교수에게 앞으로의 10년에 대해 물었다. 안 교수는 20년 전 의사를 그만 둘 줄 몰랐고, 10년 전 창업한 회사를 나올 줄 몰랐다고 했다. 늘 최선을 다할 뿐 이라는, 짧지만 여운이 긴 답이 돌아왔다.
수업을 듣기 전에 짐작했다. 기업을 운영하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일인지 설명할 것이라고. 직접 들어보니 정반대였다. 안 교수는 일부러 유명하지 않은 작은 기업의 사례를 활용한다. 책도 알려지지 않은 기업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 얘기를 하면 후광효과 때문에 학생들이 ‘저들은 뭔가 다르니까 그렇겠지’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봐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 수업에서 ‘작은 기업’을 만든 사람들의 수많은 실패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겪었던 힘든 과정을 한 학기 내내 읽고 토론한다. 허황된 망상 대신 ‘현실 위에서 꿈을 꾸는 법’을 배우는 셈이다.
안 교수가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으로 선정된 이유는 성공한 벤처기업인이어서도, 컴퓨터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사람이어서도 아니다. 그 타이틀을 이미 스스로 벗어던졌다. 안철수연구소를 나왔고 컴퓨터바이러스 백신 개발에서도 손을 뗐다. 그는 “아마도 앞으로 더 잘하라는 많은 분들의 기대가 더 컸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잘할지에 대한 계획은 없다. 그는 “10년 전에도 내가 세운 회사에서 스스로 나올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고, 그 10년 전에도 의사를 그만두고 중소기업 사장을 할 거란 생각은 못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철수연구소에서 ‘사내 벤처’를 만들어 직원과 함께 현장에서 뛴다. ‘아름다운재단’ 같은 시민단체 활동에도 참여해 ‘사회적 기업’을 만들려는 사람에게 경영 지식도 가르친다. “기업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돈은 그 결과로 따라온다”는 신념과 어울리기 때문이다.
15년 전 그는 “정직하게 기업 경영을 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걸 입증하고 싶었다”며 안철수연구소를 세웠다. 그리고 정직하게 그 사실을 입증했고 2001년에는 당시의 경험을 모아 책을 펴냈다. 책의 제목은 ‘영혼이 있는 승부’였다. 이제 그는 그때처럼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이미 증명된 길이 있으니 함께 걷자”고 말하듯 사람들을 초대한다. 이제 ‘영혼을 움직이는 승부’를 하는 셈이다.
이날 그는 학생들에게 충고했다. 시간을 지키고 남의 말을 잘 듣고 항상 메모하라고. 종강 때마다 한다는 말이었다. 한마디 더 이어졌다. “첫인상이 중요하다지만 그건 거짓이에요. 마지막 인상이 그 사람을 결정합니다. 우리는 헤어질 때 서로의 본모습을 봅니다.” 주위에선 ‘발전 없는 사람’이라며 안 교수를 놀린다고 하지만 10년째 한결같다. 그는 10년 후에 어떤 모습일까. 아니 그의 ‘마지막 인상’은 어떨까.
대전=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