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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영대가 전체 1위]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

[한국의 경영대가 전체 1위]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

애플을 따르지 말고 애플 방식을 깨라

기사입력 2010.07.14 04:00:44

◆한국의 경영대가 30人◆

매경이코노미 선정 ‘한국의 경영대가’에서 늘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던 경영대가가 있다. 바로 조동성 서울대 교수(61)다. 지난해 3위에 올랐던 조동성 교수는 올해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꾸준한 연구로 SSCI 논문 게재수도 많았고, 사외이사활동 및 강연활동도 활발하다는 점이 두루 반영돼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장수기업 DNA 연구의 대가’ ‘기업의 맥을 일컫는 메커니즘 이론의 창시자’ ‘CEO들이 가장 조언을 듣고 싶어 하는 경영대가’ ‘한국의 마이클 포터’ 등으로 불리는 조동성 교수. 그가 말하는 한국 기업의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지난해는 금융위기 영향으로 ‘위험관리’가 주요 경영 이슈로 등장했습니다. 올해는 경제 상황이 다르다 보니 또 다른 경영 이슈가 주목받고 있을 텐데요.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차원에서 ‘위험관리’가 경영화두였다면 올해는 ‘출구전략’이 화두입니다.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경기가 회복되기 전 선행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 시점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렇다고 위험관리를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학문적으로는 경영학자들 사이에서 위험을 관리하고 극소화하는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프레드릭 테일러가 ‘과학적 관리법’을 쓴 지 내년이면 딱 100주년이 됩니다.

경영이란 본래 위험은 극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지난 100년간 현대 경영학의 발전 양상을 보면 위험을 줄이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1이라면 나머지 9가 이익 극대화에 대한 연구였지요. 경영학이 근로자보다 경영자를 위한 학문,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학문이라는 오해를 받게 된 가장 큰 원인이지요. 때문에 올해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경영학이 주목하는 이슈는 ‘로리스크(low risk)와 하이리턴(high return)의 조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동성 교수는 “경영은 기업뿐 아니라 모든 조직의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경영 이론 적용 범위를 기업뿐 아니라 국가로까지 넓혀 매년 6월 국가경쟁력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는 이유다. 67개 국가를 대상으로 △경영 여건 △생산 조건 △수요 조건 △관련 산업 등 물적 요인 4가지, △근로자 △정치가 및 관료 △기업가 △전문가 등 인적요인 4가지, 외적요인인 기회요인 등의 총 9가지 항목을 바탕으로 국가경쟁력을 측정하고 있다.

‘한국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작성하시면서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가장 부족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67개국 중 우리나라의 창업가 정신은 15위쯤 됩니다.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지요. 하지만 기업이나 국가나 그 발전단계에 따라 리더십을 가져야 하는 인적 요소가 다릅니다. 중진국만 하더라도 창업을 한 기업가들이 수많은 실패를 겪으면서 성공신화를 완성하고, 그것이 바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동력이 되지요. 선진국으로 갈수록 창업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대신 위험관리에 탁월한 전문경영인들이 출현해 감이나 배짱이 아닌 경험과 이론으로 투자를 해야 합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수요조건이 탄탄하다는 게 강점입니다. 인구가 1억명이 돼야 한다는 학자들도 있지만 저는 싱가포르, 핀란드 등과 비교해 5000만명의 인구는 적지 않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수준은 매우 높아요. 소비자들이 오히려 생산자보다 시장에 빠르게 반응하지요. 조직력도 갖춰 기업이 잘못된 소비자 관리를 하거나 경영 판단을 내렸을 때 절대 살아남을 수 없지요.

전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던 글로벌기업 삼성전자, LG전자가 스마트폰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입니다. 애플과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스마트폰시장에서의 부진은 단순히 우리나라 1, 2위 기업들의 문제는 아닙니다. 노키아, 모토로라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어느 기업이 못해서라기보다 애플이 뛰어났기 때문이에요.

일단 애플이 업계 경쟁자들 가운데 창조적인 파괴를 가장 먼저 시도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먼저 이런 창조적 파괴를 이루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지금 상황보다 앞으로 10년이 더 중요합니다. 애플이 아이TV, 아이카(car)까지 만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데 나중에는 아이홈(home), 아이네이션(nation)까지 출현할 수도 있겠지요. 그 전에 애플을 뛰어넘는 창조적 파괴를 하려면 애플의 방식을 따를 게 아니라, 역으로 그 방식을 깨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창조를 예술가의 영역이 아닌 경영의 영역으로 끌어와야 합니다.

“경영자가 창조적인 사고를 하기 위한 원천은 인문학적 소양”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스스로도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 2007년 직접 ‘장미와 찔레’라는 자기계발 소설을 집필했고, 지난해에도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와 함께 ‘이토 히로부미 안중근을 쏘다’라는 역사 소설책을 출간했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MBA에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경영예술’이라는 과목도 개설했다.

전략경영, 국제경영을 전공하셨으면서도 경영예술뿐 아니라 경영디자인이라는 학부 수업을 15년째 강의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80년대 재벌기업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산업정책을 같이 보게 됐지요. 그때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이 일본 것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왜 우리는 일본처럼 형평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하고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었습니다.

93년 일본의 산업정책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에서 연구년을 보내면서 당시 통상산업성의 산업정책 국장을 만나 그 답을 알았지요. 일본 통상산업성은 앞으로 10년 후를 내다보고 산업을 연구하고, 정책을 앞서 만든다고 하더군요. 그때 통상산업성이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 바로 ‘디자인’이었습니다. 튼튼하고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에서 나아가 고급 제품으로 일본의 것이 인정받으려면 디자인에서 앞서야 한다는 논리였지요.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다’라는 감이 왔습니다. 대신 한국에서는 디자인산업에 직접 접근하기보다 경영이라는 학문, 조직설계 방식에 ‘디자인기법’을 도입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70년대 종합상사, 80년대 재벌기업, 90년대 산업정책, 2000년대에는 지속가능경영을 연구해 오셨습니다. 요즘 교수님께서 집중하고 계신 연구주제는 무엇입니까.

2000년대 초반부터 70여명의 CEO들과 함께 윤리경영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윤경포럼을 만들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이 가능하려면 구성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지요. 또한 73년부터 해온 제 평생 연구인 메커니즘 경영에 대한 연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의 모든 연구는 메커니즘이라는 개념으로 통합할 수 있게 한다는 게 목표이지요.

지금까지 메커니즘이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는지를 연구했다면 앞으로는 제5의 요소는 없는지, 부가가치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끝으로 창조적인 파괴를 모색하는 기업인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혁신과 창조는 다릅니다. 혁신은 기존에 있는 것을 다듬고 바꾸는 것이고, 창조는 없는 것을 만들지요. 혁신은 실마리가 있지만 창조는 출발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대신 한 번 창조를 하고 나면 그 적용범위가 매우 넓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융합시대의 경영에 있어서 창조는 예술가처럼 외로운 고민을 한 끝에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팀워크를 통해 일어나지요. 경영, 예술, 과학이 합을 이룰 때 창조의 출발점이 보입니다. 끝으로 저는 진짜 창조를 위해서는 저의 이런 조언마저 깨버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 교수가 주창한 메커니즘 경영론이란

지속가능한 경영, 기업의 맥을 찾는다

“장수하는 기업은 그 기업만의 고유한 메커니즘이 있다.” 이런 경영논리는 조동성 교수가 몰두하고 있는 평생 화두인 ‘M경영론’에 근거한다. 73년 박사 과정 때부터 이 연구를 시작해 벌써 37년째다. 과거에는 기업 내 개별 요소인 주체(Subject), 환경(Environment), 자원(Resource) 중 한 가지를 중심으로 설명하려는 이론이 각 시대별로 경영학을 풍미했었다. 조동성 교수는 시대가 변해도 변함없는 경영원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기업의 맥에 해당하는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기업의 맥은 기업의 주체(S)인 리더, 기업이 진출해 있는 산업환경(E), 기업만이 갖고 있는 자본·인적자원·기술(R) 등이 결합하는 운영원리다. 즉 경영활동에서 기업의 S·E·R가 투입요소, M(Mechanism)은 각 요소들의 결합 원리, 경영성과가 결과물이다.

메커니즘 이론은 ‘결합’ 원리를 적용했기 때문에 ‘분석’을 주로 하는 미국식 주류 경영학에서는 낯선 방법이다. M경영론이 완전한 패러다임으로 인정받으려면 ‘기업이 어떻게 메커니즘을 만드는가’에 대한 답을 완성해야 한다. 올해 조동성 교수는 이에 대한 답을 담은 메커니즘이론에 관한 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정고은 기자 chungke@mk.co.kr]

출처 : http://news.mk.co.kr/v3/view.php?year=2010&no=37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