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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포럼

미래 인간의 조건: 인류세, 노화, 자유

일시
2024년 06월 12일 15:00
장소
온/오프라인 병행

프로그램

후기

Brave New Society Ⅶ. 미래 인간의 조건: 인류세, 노화, 자유

(사)미래포럼의 2024년 2차 회원포럼이 6월 12일(수)에 개최되었습니다. Brave New Society (BNS) series의 일곱 번째 주제로 진행된 회원포럼은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의 박범순 교수님을 모시고 “[Brave New Society Ⅶ] 미래 인간의 조건: 인류세, 노화, 자유”라는 제목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지정토론에는 김영옥 옥희살롱 대표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이번 포럼에는 김문조 명예교수(고려대학교), 김현미 교수(연세대학교), 전양숙 이사(유한킴벌리) 등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미래포럼에 관심 가지고 참여해 주신 분들과 회원포럼을 위해 장소를 제공해준 라이나전성기재단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박범순 교수님께서는 먼저 인류세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인류세는 지질학적 관점으로 정의한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기후위기와 접목하여 설명되는데 그보다 인간 활동이 촉발하여 만들어 낸 새로운 지질시대를 가리키며, 기후위기를 포함한 전반적인 인간에 의한 변화로 맞이한 지질시대로 정의하였습니다. 공식적으로 현재의 지질시대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로 명명되고 있으나, 대기화학자인 Paul J. Crutzen은 이산화질소로 인한 오존층의 파괴와 광범위한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며 학회에서 ‘인류세(Anthropocene)’를 보통명사로 언급하였다고 합니다. 즉, 인간의 활동이 소행성 충돌과 같이 지질시대를 바꾸는 거대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Crutzen은 John R. McNeill과 함께 한 연구에서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 시스템(이산화탄소, 기온 등)과 사회시스템(GDP, 인구 등)의 변화에 대가속(The Great Acceleration)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합니다. 박범순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대가속의 시대에서 걱정되는 점은 급전환점(Tipping Point)을 넘어 연쇄적인 큰 변화가 이미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 언급하였습니다. 즉, 북극의 얼음이 녹고 산호가 죽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등의 연쇄적인 작용이 더 큰 변화를 일으켜 안정적인 지구에서 찜통 지구로 변화시켜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박범순 교수님께서는 이런 전환점을 더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우리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박범순 교수님께서는 대기화학 분야뿐만 아니라 지질학적 증거를 통해서도 인류세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제시하였습니다. 그 증거로 핵폭탄으로 인한 지질학적 변화를 언급하였습니다. 핵폭탄 투하와 실험을 통해서 새로운 암석이 형성되고, 핵폭탄으로 인한 낙진이 전 세계에 퍼져 새로운 지층을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또한, 화석연료를 태우고 남은 물질들도 쌓이면서 새로운 지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거들만으로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증명하기에는 부족하고,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변화는 매우 짧은 시기에 이뤄졌기 때문에 지질시대로 명명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따라 다수의 투표 결과, 인류세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활동이 큰 영향력을 가져 지구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인류세는 유효한 개념이고 과학,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인류세와 노화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박범순 교수님께서는 인류세에서 인간의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여 인간이 지구의 생명체와 인간 자신도 변화시킬 것이라 말씀하였습니다. Ray Kurzweil의 책의 문구를 인용하며 유전학, 나노기술, 로봇공학의 혁명으로 인류는 노화를 역전시켜 수명을 연장하고, 육체를 정교하게 재설계, 재조립하고, 인간 수준의 로봇들을 만들어 낼 것이라 설명하였습니다. 법적인 한계를 뛰어넘는다면 근래 세포를 역분화시키고 줄기세포를 생산하고 인공 배아와 장기를 만드는 등의 기술이 실현 가능하다고 합니다. 즉, 인류세에서 인간은 노화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사할까요? 박범순 교수님께서는 인류세에서 새로운 소외와 불평등, 실존적 위기를 경험할 것이라 말씀하였습니다. Hannah Arendt의 『The Human Condition』의 서론을 인용하며 기술 발전으로 인간이 자연을 벗어나 인공적 세계로 발을 딛는 것이 진정한 자유인지 의문을 표했습니다. 이는 더 이상 다른 생명과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것이고, 자연과의 마지막 끈을 없애는 소외를 불러일으킨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즉, 인간의 기술은 자연스러움을 파괴하고, 인간을 포함한 생명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의 사용을 단순히 과학적 수단으로 볼 수 없고, 정치적, 윤리적 사유가 필요하다고 마지막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지정토론으로 나선 김영옥 대표님께서는 인류세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술의 활용을 어떻게 일상생활을 영유하는 사람들과 접목하여 사유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였습니다. 기대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노화와 anti-aging에 관심이 커지고 있고, 잘 늙는 방법을 배우고 프로젝트처럼 수행하는 현실이 도래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인류세라는 거대한 관념 안에서 여러 문제들이 도출되고 이에 대한 여러 행위자(개인, 시장, 국가 등)가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언급하였습니다. 그 예로 김영옥 대표님께서는 ‘돌봄’ 문제를 언급하며 돌봄의존자, 돌봄자, 가족, 이용자 등의 ‘개인’과 보험회사, 실버산업 등의 ‘시장’, 주민센터, 지역보건의료기관 등의 ‘국가’ 등 여러 행위자들을 망라하며 돌봄이라는 문제에서 어떻게 행위자들이 상호작용하고 구성되는지 설명하였습니다. 즉, 거대 관념을 미시적 현실에 적용할 때 여러 행위자와 그 행위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시사하였습니다. 그리고 김영옥 대표님께서는 노인 돌봄 경험에 관한 책 내용을 인용하며 ‘어쩔 수 없음’이란 키워드를 소개하였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하여 우리는 ‘어쩔 수 없음’ 즉,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시며 토론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지정토론에 이어 패널로 참여한 분들께서도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개진해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회원분들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