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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포럼

변화하는 독일: 독일에서 배워야 할 것

일시
2005년 11월 03일 18:30
장소
서울프라자호텔 덕수홀

후기

<변화하는 독일-독일에서 배워야 할 것>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3개월 동안 독일을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을 중심으로 그 곳에서 경험한 것들을 소개하고 싶다. 현재 독일은 친환경적으로 변화 중이다. 단적인 예로서 도시개발정책을 살펴보면, 각각의 도시를 구축하고 설계할 때마다 도시개발 및 보존에 관한 시민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이처럼 시민의 의견을 반영한 계획에 따라 세부 지도를 제작한 후 이에 맞추어 도로를 확충하는 대신 녹색공간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는 점은 한국사회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우파파브릭(Ufafabrik)이라는 문화인들의 공동지역에서는 ‘문화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 하에 세계인권선언 제20호를 전철역 벽에 새겨 넣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인권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같은 공간구성 방식 또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브레멘 등과 같은 고도의 건축물에서는 그 도시의 전설과 신화를 재현하면서 독일 중세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신규 빌딩 건축에 급급한 우리의 경우와 비교해볼 때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리고 도시마다 공연이나 각종 다양한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서 삶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한편, 문화와 예술의 해방촌인 슈바르젠베르크에서는 자본주의가 성숙되기 위해서 반자본주의적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다소 아이러니컬한 교훈을 얻었다. 독일의 어린이 놀이터는 전형적이거나 획일적이지 않으며, 여러 다양한 미완성 형태의 놀이기구를 통해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고양시키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치시대의 유물이나 폐허가 된 제철소도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거나 복합박물관으로 변형하여 새로운 문화유적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몇 년 전 폐광된 태백 탄광촌을 정선 카지노 랜드로 바꿔버린 우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독일의 Shreber Garten이라는 독특한 제도(국유지나 종교단체가 가지고 있는 땅을 시민들이나 공익단체에 50년간 무상으로 임대해주는 제도)도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제도에 힘입어 독일의 시민단체들은 거의 대부분 도서관 시설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중 가장 큰 도서관은 여성단체의 Monalise라고 불리는 여성도서관이었다. 독일의 이러한 다양한 문화적 지원 장치·제도들은, 우리에게 경제적 개발에만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적 지원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토론

<임옥상 (임옥상미술연구소 소장)>
문화는 곧 자본이라고 인식하는 21세기의 문화 풍토를 고려해볼 때, 문화를 지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에 회의가 든다. 문화는 자신의 인생을 발견하는 과정이기에 자본의 지배를 받는 구조 속에서는 행복할 수 없다.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자생하며, 대중과 가까운 삶의 현장에서 완성되는 예술이 진정한 문화인 것이다.

<장영철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과거 기업들은 경제적인 부(富)를 창출하는 것만이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사회적 기여라고 생각하였으나, 점차 문화·환경적인 부(富)를 함께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따라서 문화적 부를 창출하는 기업이야말로 현재의 지식기반사회에 진정한 기여를 하는 기업이며, 고유한 사업적 연관성 속에서 NGO와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플로어토론

– 현재 기업·정부·시민사회 등 사회 전 영역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저조하므로, 지속적인 관심이 없는 한 아무리 좋은 문화적 모델에 대해 논의해봐야 결국 외국의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박옥희 문화세상이프토피아 대표)

– 독일은 통일 후 social marketing economy를 통해 부를 창출했는데, 이러한 방식은 통일의 비전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한국사회에는 아직까지도 일본 문화의 잔재가 너무 많이 남아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김창규 연이산부인과 원장)

– 일본에는 예술인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헤이리 마을과 같은 곳이 있긴 하지만, 돈 없이도 예술을 할 수 있는, 상업적 기대가 배제된 공간이 보다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유경 팡팡파티 대표)

– 현재 좋은지역사회만들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문화적 사업에 대한 논의가 그야말로 논의에 그치지 말고 각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정부 정책으로 연계·발전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정민자 울산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 한국은 유럽과 달리 지리적 공간이 풍부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와 같은 논의는 국가 또는 지역간의 차이를 전제하고 출발해야 현실성이 있다. 아울러 오늘날 자본주의를 배척하는 문화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