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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포럼

지속가능경영과 장수기업

일시
2005년 10월 06일 18:30
장소
롯데호텔 벨뷰룸

후기

<지속가능경영과 장수기업> 조동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사람의 고령화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기업의 고령화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선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는 장수기업이라는 목표가 뚜렷하게 달성될 필요가 있다. 1970년대 한국 기업은 이윤 극대화 논리로 구성된 경영 이론 대 매출의 극대화 추구라는 현실적 지향이 서로 괴리되는 가운데, 대부분의 기업이 매출액에만 집중하면서 이익은 적당히 조정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였다. 1980년대에는 외형 추구보다는 회사이익을 보다 더 중시했지만, 경영자들은 여전히 매출을 더 중시하는 시대였다. 1990년대 IMF 이후 매출과 이익 모두를 중요시 여기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되면서, 결국 경영 이론과 현실이 일치된 가운데 ‘기업 목표 = 미래이익으로서 시가총액의 극대화’라는 공식이 명백해졌다. 즉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시가총액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세계 자동차 기업을 비교해볼 때 순익이 동일할 경우 매출규모가 적은 기업의 시가총액이 더 높게 평가되는 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기업들은 다시금 경영이론과 현실 간의 괴리를 만나게 되는데, 즉 매출액과 이익만 보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현실을 만나게 된 것이다(매출액-이익 중심 경영→기업수명 중심 경영으로 변화 중). 사람도 부자로 단명하느니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낫다고 판단되듯이, 기업도 단기 이익에만 치중하다 망하는 대신 이제는 존경받으면서 오랫동안 장수하는 대기업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장수기업에 대한 연구도 중요하다. 중국,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몇 백 년 이상 장수한 기업이 여러 개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1897년에 설립된 동화약품, 경성방직, 유한양행 등만이 존재하고 있다. 한국에 장수기업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과거 사농공상 사상에 기인하여 자신의 사업보다 과거, 고시 등으로 출세하기를 더 원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장수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집중투자, 내실경영, 고객중심의 눈높이 경영, 노화방지(끊임없는 혁신), 윤리경영, 미래에 대한 준비가 다 포함된 지속가능 경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토론

<김주영 (한누리법무법인 대표변호사)>
기업의 목표가 무조건적인 장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둘 다 고려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 타인의 재산권을 존중하고 법을 잘 지키는 도덕적인 기업은 그만큼 많은 유혹을 이겨내고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판단함에 있어 기업, 사회, 정부, 주주 등 여러 이해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에 이를 잘 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미래포럼 공동대표)>
장수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고객과 종업원에 가까운 기업이 대부분이다. 많은 기업이 윤리적 문제로 장수기업이 될 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 기업이 죽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윤리·환경경영을 무시하여 하루아침에 횡사하는 경우,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여 지식의 격차로 인해 천천히 죽는 경우, 창업자나 CEO가 지식·노하우를 잘 전달해주지 못해 경영자의 사망과 함께 기업의 죽음도 예정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큰 기업들도 윤리적 경영을 추구해야하고, ‘머슴이라도 자식보다 낫다면 사업을 물려 준다’는 일본식 후계자 양성법과 같이 좀 더 효율적인 후계자 양성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플로어토론

– 진화생물학 측면에서도 끊임없이 살아남은 종은 대부분 도덕적인 종들이다. 인간도 끊임없는 자기반성, 비판을 통해 도덕적인 동물이 되었다. 도덕적인 조상들이 자식번창에 성공하였기 때문에 도덕적인 인간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인 것이 생물학적으로도 옳다. (최재천 서울대 생물학교수)

– 급사하는 사람을 보면 겉보기 상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기업도 보수적이고 변화를 두려워 하다보면 결국 고사할 것이며, 병원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쟁시대에 맞추어 새로운 생존무기를 발굴해야 한다. 그런데 기업이 무조건 장수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인지, 굳이 오래가지 않더라도 영향력 있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한광현 연세대 의과대학 내과교수)

– 혁신성에 기반하여 개발된 친환경 제품은 많은 경우 고가인 경우가 대부분이여서 또 다른 딜레마를 발생시킨다. 가격장벽으로 인해 넉넉하지 못한 일반 사람의 접근이 어렵게 되는 점 등이 우려된다. (김민자 서울대 생활과학대 의류학과 교수)

– 사람과 달리 기업은 건강하지 못하면 절대 장수할 수 없기에 장수기업에는 건강함이 기본으로 전제되어 있어야한다. 또한 사회적 성공과 기업 성공 둘 다 모두 지속가능 해야 한다. 지속경영 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충돌할 때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다. (김병휘 포스코 혁신기획실 CSM팀 리더)

– 정부에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홍보, 지원하고 있으나, 강제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윤리경영을 실천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여러 제한을 받고 있기에, 우리가 글로벌 경쟁에서 힘들어 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궁금하다. (박성준 산업혁신과 행정사무관)

–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민이 많다. 이윤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이유 중의 하나일 뿐, 사실상 기업의 사명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은 고객이나 투자자, 사회의 이해관계를 잘 이해해야 한다. (송기정 교보생명 변화관리팀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