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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포럼

불-에너지-재료와 인류 문명

일시
2022년 12월 08일 16:00
장소
라이나타워 지하 1층 라이나홀

프로그램

후기

불-에너지-재료와 인류 문명

미래포럼의 2022년 3차 회원포럼이 12월 8일(목)에 개최되었습니다. Brave New Society (BNS) series의 Techno-를 중심 축으로 진행된 금번 회원포럼은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이경우 교수님을 모시고 “불-에너지-재료와 인류 문명”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사회는 송정희 공학한림원 부회장님께서 수고해 주셨고, 지정토론은 김선우 성균관대학교 융합보안대학원 교수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이번 포럼은 오랜만에 대면으로 진행되었고, 더 많은 회원님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하여 온라인 생중계도 병행하였습니다.

강연에서 이경우 교수님은 인류 역사의 발전 과정을 불의 온도, 재료 그리고 에너지의 발전이라는 시각으로 설명하고, 생존 위기에 처한 인류의 미래 에너지원, CO2 제로 가능성, 저탄소 에너지원의 전기공급 능력을 전망하였습니다. 교수님에 의하면 불, 에너지 그리고 재료는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해 준 중요한 수단이었고, 그 시작은 불이었습니다. 인류의 첫 번째 불은 노천 불이었고, 노천 불에 비하여 안전한 곳으로 옮겨진 두 번째 불이 모닥불이었으며, 모닥불을 사용한 동굴 생활을 보여주는 구석기 시대 유적은 이 시기 인류가 근처 생태계 사슬의 정상에 서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석기시대를 거쳐 농업과 가축사육을 통해 정착 농업이 시작되었으며, 인류가 사용하는 불은 화로에 담기게 되었고, 인류는 불을 가지고 새로운 재료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숯으로 얻은 1,300°C의 불로 철과 도기를 만들어 철기시대를 열고, 화석연료를 사용해서 얻는 1,700°C의 불로 강철을 제조하고, 보이지 않는 불, 전기를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2,000°C의 온도로 주기율표의 거의 모든 원소와 알루미늄, 실리콘 등 모든 재료의 제조가 가능해졌습니다. 16세기까지 불의 기술이 앞선 동양이 서양에 비해 발전된 사회를 건설하였으나, 17-18세기에 서양에서 파괴의 상징인 대포의 원리를 탐구하여 엔진을 만들어내면서 동서양의 힘의 차이가 역전되었습니다. 엔진은 불을 에너지로, 모터는 전기를 에너지로 전환하였고, 이를 모든 산업 분야에 응용하면서 인류는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이후 인류는 연소 에너지 외에 전기를 만드는 지열, 태양열, 수력발전, 풍력발전, 조력발전, 태양전지, 원자력발전 등 다양한 에너지원들을 찾아내면서 현대 문명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류는 처음 불을 얻기 시작한 이후 계속 새로운 불과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내고, 새로운 불을 활용해서 새로운 재료와 더 좋은 재료를 만들어서 막대한 에너지소비의 현대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왔다는 것입니다.
교수님은 인류의 이러한 막대한 에너지 소비증가와 재료 사용증가가 환경을 파괴하고, 특히 화석연료 및 석회석 사용으로 CO2를 배출하고, CO2 배출이 기후 온난화/변화를 가져와 결국 인류생존의 위협을 초래하게 되었음을 적시하며, 현재 인류의 막대한 에너지 소비량을 고려할 때 앞으로 필요한 에너지 생산과 CO2 제로 가능성을 매우 어둡게 전망하였습니다. 우선 저탄소 에너지원의 전기공급 능력의 한계를 지적하였습니다. 현재 수준의 전기를 저탄소 에너지로 공급하려면 현재의 저탄소 에너지원의 3배가 필요하고, 현재 수준의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7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는 17배가 필요한데, 수력이나 지열은 현재 생산량보다 크게 늘지 않을 것이고, 태양광이나 풍력은 생산 변동성이 커서 사전 예측이 어렵고, 원자력은 현재 자원이나 추가자원 여력은 있으나 생산 유연성이 적어 저장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저장장치는 비용도 많이 들지만, 재료도 충분치 않아서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주요금속인 리튬과 코발트의 현재 생산량은 전기차용으로도 부족한 형편이라는 것입니다.
교수님은 인류 문명이 지속 가능하려면 현재 화석연료 85%, 저탄소 에너지원 15%의 에너지 사용 방법으로부터의 전환이 필요한데, 몇백 년 후까지 인류 문명이 지속되려면, ➀핵융합발전기술, ➁태양광/풍력발전 연속사용기술, ➂새로운 에너지원 발견 중 최소한 하나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였습니다. 100년 전에는 오늘의 새로운 에너지원은 상상도 못 했음을 상기시키며, 그 전환 과정에서는 사용 가능한 모든 에너지원을 사용할 것이며, 이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30년이 될지 200년이 될지는 얼마나 덜 쓰면서 지낼 것인가에 달려있다는 말씀으로 강연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성균관대학교 김선우 교수님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에너지 전환”이라는 제목으로, 100% 에너지 전환의 가능성을 긍정하며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또 다른 입장에서 토론을 전개하였습니다. 인류의 지속적 경제 성장을 위한 세 가지 전략으로는 ➀ 경제 성장과 에너지소비의 탈동조화(decoupling), ➁ 태양복사 에너지 감소, ➂ 우주경제의 확대를 들 수 있는데, 첫 번째 전략은 사실상 어렵고, 두 번째 전략도 100년 정도 경제 성장 추가로 끝날 것이며, 결국 우주 경제의 확대가 필요한데 우주공학이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며, 이미 미국의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앤드류 영의 기후변화정책 공약에는 재생에너지, 탄소배출세 도입뿐 아니라 geo-engineering(지구공학, 기후공학) 연구가 포함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급속한 탈탄소화(에너지 전환)와 진정한 그린 뉴딜(Real Green New Deal)이 필요하고, 이미 상당히 그것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스탠포드대 마크 제이콥슨 교수의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에너지 수요를 신재생 에너지(WWS; Water·Wind·Solar)로 충족 가능하다”라는 의견을 인용하며, 자동차, 선박, 비행기 등 2050년까지 대부분의 에너지 사용기기가 전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기화는 발전 부문 탈탄소화와 병행되는 것이 중요한데, 배터리 생산 문제도 기가 팩토리 내에 리사이클링(recycling) 시설 구축 등으로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리사이클링하는 순환경제 아이디어로 극복 가능하고, 우주 태양광 연구 프로젝트도 박차가 가해지고 있음을 언급하였습니다.
교수님은 에너지 전환뿐 아니라 Green New Deal에 관해서도 Real GND를 언급하였는데, 오늘날 회자되는 그린 뉴딜의 원조안으로 미국 AOC(Alexandre Okasio Cortes)결의안을 소개하며, 그린 뉴딜은 모든 사람에게 번영과 부, 경제적 안전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였습니다. 그밖에 2차 대전 후 마샬플랜 같은 그린 뉴딜의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 영국노동당의 주4일 노동시간 단축 공약,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는 Kate Raworth의 도넛 경제학, Henrietta L. Moor 교수의 기본서비스(Universal Basic Services) 구상 등을 소개하며, 현재의 과학 기술 혁명을 잘 활용하면 기후 위기 극복은 물론 여가와 자유에 기반한 유토피아 같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본다고 하였습니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기술적인 게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라는 두바이 미래 재단의 Sami Mahroum을 인용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은 재생에너지 100% 전환에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며, 앞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가 발전할 것이라고 보고 최근 2025년에는 재생에너지가 가장 주요한 에너지원이 되리라 예측한 국제에너지기구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에너지 전환 문제는 논쟁적인 주제이므로 활발한 논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며 토론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사회를 맡았던 송정희 공학한림원 부원장님은 재생에너지 역할에 대한 두 분의 차이점을 언급하면서 추가 의견을 요청하였지만, 서로 다른 미래 전망과 그 배경에 대한 전제의 차이 때문에, 이번 포럼에서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려웠고, 시간 제약도 있어서 치열한 논쟁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자연을 정복하고 우주를 정복하려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과 능력을 믿는 적극적인 과학주의가 그리는(혹은 원하는) 인류의 미래와 유발 하라리를 연상케 하는 인류의 불, 에너지, 재료의 역사로부터 도출된 인류의 경제(에너지 소비) 성장의 한계론은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느껴졌습니다.

발표가 끝난 후 청중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나 재료의 소비를 더 줄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질문이 있었고, 발표자는 그것이 큰 해결 방안의 하나일 수는 있지만, 에너지와 재료의 소비가 우리 문명을 지탱해주고 있기 때문에 소비를 줄인다는 것은 문명이 현재의 모습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고, 이를 각 개인이 받아들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이 역시 앞으로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또한 핵발전은 옵션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 발표자는 에너지 포트폴리오는 각 나라가 그 나라의 상황에 맞추어 계획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우리의 생존 그리고 경제와 산업 수준의 유지를 생각했을 때 원자력발전을 옵션에서 제외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이번 포럼은 에너지와 재료를 중심으로 인류 문명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을 생각해 본 훌륭한 기회였습니다. 우주의 수많은 행성 중 하나가 될 운명의 지구에서 지구 나이 45억 년, 인류의 역사 600만 년으로 볼 때 마지막 0.001초에 해당하는 앞으로 몇백 년을 인류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라는 사회자 송정희 박사님의 말씀이 여운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