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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인터뷰]중국 장강상학원교수 ‘앞으로 500년 중국 모르면 성공 못해’

산업정책연구원(IPS) 명예이사장, 한국오페라단 이사, 핀란드 명예총영사, 코리아오토포럼 회장, 국제백신연구소 후원회장, 안중근의사기념관 관장, K-리그 이사, 세계은행 자문, 61권의 저서와 95편의 학술논문 출판, 전략경영학회 창립회장, 디자인브랜드경영학회 창립회장, 지속경영학회 창립회장, 경영학회 회장, 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소설가이자 발레리노.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의 이력서를 보면 어떻게 한 사람이 이토록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을까라는 경이로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의 이력서에 또 하나의 이력이 추가됐다. 그가 최근 중국의 CKGSB(장강상학원) 전략학 교수로 또 다른 변신을 한 것이다. 서울대를 정년 퇴임한 65세에 중국으로 떠난 이유는 무엇이고, 중국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지 궁금해 모처럼 한국에 있는 조동성 교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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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중국을 선택했습니까. 잠시 방문하는 것도 아니고 왜 중국에서 5년간 전임교수로 머물 계약을 했는지요.

“1990년부터 중국에 관심을 갖고 교류를 해왔어요.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제 자랑 같지만 제가 주제를 선택해 연구하면 당시엔 다들 비웃거나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종합무역상사, 재벌, 디자인 등등이 그랬지요. 그런데 빠르면 3, 늦으면 5년 후에는 그 분야가 꼭 각광을 받더군요.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25년간 수시로 찾고 사람들을 만나고 공부한 결과입니다. 현재 우리에게 중국의 위상은 무서운 경쟁자이자 최대 고객, 즉 시장 또는 파트너입니다. 더없이 중요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과 같은 성을 쓰고 있는 나라로 특별한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나라를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난센스죠. 중국 이상으로 시대의 큰 트렌드를 함께할 나라는 없습니다. 앞으로 500년 정도는 중국을 모르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사대주의라고 비판하기보다 우리의 주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인접국가인 중국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열정이나 노력보다는 중국인들과의 관계, 관시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것이 잠시 머물거나 공부한다고 가능한가요.

얼마 전에도 한 세미나에서 ‘New China, New Global Standard’를 주제로 특강을 했습니다. 우리 중견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관시. 중국의 관시’(關係)와 한국의 연줄을 출발점, 지속성, 진행방향, 효과 측면에서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혈연·지연·학연 중심의 과거지향적인 한국의 연줄에 비해 중국의 관시는 삼국지의 도원결의와 같이 미래지향적 요소가 우선이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고 살얼음판을 밟듯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우리는 학연·지연 등의 깊은 뿌리가 있으니 술 마시다 실수하고, 싸움을 해도 너그럽게 용서를 해줍니다. 하지만 중국과는 그런 뿌리가 없어요. 실수하면 절대 안 됩니다. 친하다고 긴장을 풀지 말라는 뜻입니다.

 

관시는 약속이니 약속을 잘 지키면 됩니다. 흔히 중국에 진출했다가 중국인에게 배신당했다는 이들, 실패한 이들을 보면 실상은 자신들이 먼저 실수를 하거나 약속을 깬 경우가 많습니다. 13억 인구, 한국의 93배 면적, 7000년의 역사를 갖춘 중국은 경쟁자, 거대한 시장, 파트너, 이웃사촌, 친척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준비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중국을 배우고 중국인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기회를 잡아나가겠다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한국인들은 중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착각이 중국 비즈니스에서 얼마나 큰 장애와 실패 요인이 되는지 모릅니다. 저만 해도 한문을 잘 알고 발음도 비슷한 것이 많으니까 서양인에 비해 중국어를 쉽게 배울 거라고 착각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막연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오히려 방해요소가 되더군요. 또 혈연·지연·학연 등 이른바 연줄이라는 문화가 없는 외국의 사업가들은 관시를 맺는 데 매우 신중하지만, 연줄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업가들은 관시를 연줄 문화와 비슷한 것으로 오해해 더 많은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중국인들과 시간을 갖고 진심과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관시를 맺고 활용했나요.

·중수교를 맺기 2년 전인 1990, 중국의 동북재경대학에서 강의를 해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때만 해도 중국이 지금처럼 여유롭지가 못했습니다. 돈이 없으니까 강사료를 못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가서 강의를 했습니다. 이들이 나를 빈손으로 보내기 뭐 했는지 선물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가고 싶은 곳을 구경시켜 주겠다고 해서 백두산 천지를 가자고 했습니다. 천지에 가서 팬티까지 벗고 수영을 했습니다. 제겐 충격적 체험이었습니다. 그 후 170번 정도 중국에 갔습니다. 1년에 7~8번 중국에 간 겁니다. 많으면 열 번도 갔고요. 중국에 갈 기회만 있으면 무조건 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연구하는 종합상사, 재벌, 국가경영, 디자인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나눴습니다. 중국의 관시는 호수에 돌을 던지면 일어나는 파장처럼 횡적으로 넓어집니다. 무료로 강의를 하면 공짜 관광을 시켜주고 식사에 자신들의 친구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덕분에 중국의 장관급들과 인연을 맺고 대학이나 관청들이 주최하는 콘퍼런스, 포럼에도 참여하게 됐지요. 그 후광 때문인지 중국에서는 제가 대단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CKGSB(장강상학원)에는 왜 가셨나요.

“CKGSB는 아시아 최고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의 리카싱재단이 지난 2002년 설립한 중국 최초의 비영리 사립 경영대학원입니다. MBA, EMBA(Executive MBA), FMBA(Finance MBA), 최고경영자 과정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죠. 하버드대, 예일대, 컬럼비아대, 프린스턴대, MIT, 버클리대 등 미국 및 유럽 최고의 대학에서 종신 교수직을 역임한 세계적인 석학들로 교수진이 구성돼 있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에 캠퍼스를, 홍콩과 뉴욕, 런던에 해외 오피스를 운영 중입니다. 이곳에서는 국제적 능력이 있는 인재를 배출해 중국 기업을 세계화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이 학교의 목적은 세계 기업을 중국화하고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맞는 방식으로 시스템화하려는 것입니다. 꼼수가 아니라 큰 그림을 갖고 문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이 학교는 등록금도 비싸고, 입학절차도 복잡하지만 일단 입학하면 세계 최고의 인맥과 기회를 얻게 됩니다. 저는 5년 동안 이곳에서 MBA 과정을 맡아 제 전공인 메커니즘은 물론 전략학을 가르칩니다. CKGSB는 한국의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려는 취지로 다양한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CKGSB 장보고 장학금을 통해 매년 1명의 한국 학생을 선발, MBA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으니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기사 전문보기 


[출처:주간경향 / [유인경이 만난 사람]조동성 중국 장강상학원 교수 앞으로 500년 중국 모르면 성공 못해”(201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