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미래포럼은 건강한 미래사회 실현을 위해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며 실천합니다

회원포럼

우주진화사로 본 지구의 과거, 현재, 미래

일시
2023년 12월 08일 16:00
장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봉로 48 라이나타워 지하1층 라이나홀

모시는글

후기

Brave New Society Ⅴ. 우주진화사로 본 지구의 과거, 현재, 미래

(사)미래포럼의 2023년 2차 회원포럼이 12월 8일(금)에 개최되었습니다. Brave New Society (BNS) series의 다섯 번째 주제로 진행된 회원포럼은 장이정규 생태심리연구소의 이정규 대표님을 모시고 “[Brave New Society Ⅴ] 우주진화사로 본 지구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제목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사회는 김현미 연세대학교 교수님께서 수고해 주셨고, 지정토론에는 한윤정 한신대학교 생태문명원 대표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이번 포럼에는 진재승 대표이사(유한킴벌리), 장필화 이사장(한국여성재단), 김문조 명예교수(고려대학교) 등 총 15분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미래포럼에 관심 가지고 참여해 주신 분들과 회원포럼을 위해 장소를 제공해준 라이나전성기재단에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이정규 대표님께서는 『하나뿐인 지구』라는 책을 소개하며 강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책에 실린 미나마타병, 이타이이타이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사진과 척추가 휘어진 물고기 사진으로 충격을 받았다 말씀하면서 산업화와 자유시장 경제의 그늘로 인한 기후위기와 지구와 인간의 생태학적 위기를 화두로 꺼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를 우주진화사 관점에서 고찰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이정규 대표님은 이번 회원포럼에서 우주진화사란 무엇이고 우리가 우주진화사를 이야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소개하고, 우주진화사로 본 지구와 생명의 진화를 고찰한 뒤 이를 통해 우주진화사 관점에서의 지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나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탄생하였나. 이정규 대표님은 나와 인간의 기원을 우주의 역사로 확장하여 설명하는 “빅히스토리big history(모든 것의 역사)”를 소개하였습니다. 빅히스토리는 나와 인간의 기원을 과학적 관점에서 우주의 탄생부터 고찰하는 새로운 기원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종교와 신화적 관점에서는 세상과 나의 기원을 웅장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로 설명하여 자신감과 존중심을 불러일으킨 반면, 과학적 관점에서 본 세상과 나의 기원은 너무나 건조하고 이성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정규 대표님은 과학적 관점에서 세상과 나의 기원을 찾아도 그 안에 철학적이고 웅장한 의미 있는 이야기 즉 빅히스토리가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정규 대표님께서 소개한 빅히스토리는 빅뱅의 탄생부터 시작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하여 기초적인 원소가 만들어졌고, 그러한 원소들로 구성된 우주 먼지들 속에서 46억 년 전 태양과 지구가 탄생하였습니다. 태양(별)은 핵융합을 통해 기초적인 원소들을 조금 더 복잡한 원소들로 결합시켰습니다. 지구에는 달과 지각과 대기가 생기며 안정적인 기후를 형성해 지구의 바닷속에서 복잡한 원소들이 아주 기초적인 세포들로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38억 년 전 드디어 생명이 탄생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단세포들은 계속해서 진화해 다세포가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다세포는 식물로, 어류로, 양서류로, 파충류로, 조류와 포유류로 점차 다양한 생물로 진화하였고 결국 20만 년 전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탄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현생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켰으며 현재 우리는 번성한 문명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설명된 과학적 관점에서의 역사는 객관적이고 건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정규 대표님께서는 이 역사 안에서도 의미 있는 부분, 즉, 네 가지 임계점을 뽑아 철학적인 의미를 설명하였습니다. 첫 번째 임계점, 만약 빅뱅으로 원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요? 원소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고, 이는 또 더 작은 단위인 두 가지의 쿼크(quark)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 쿼크라는 두 가지의 입자는 빅뱅과 동시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만약 빅뱅 이후 만들어진 쿼크 입자가 두 가지가 아니라 하나만 있었다면, 하나의 쿼크가 아무리 결합한다고 하여도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라 설명하였습니다. 즉, 138억 년 전 두 가지의 쿼크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것들이 결합해 새로운 원소를 만들어냈고 이 원소는 별과 행성과 생명을 만드는 기초가 된 것이라 말씀하였습니다. 두 가지의 쿼크가 만들어진 우연과 빅뱅 당시 만들어진 쿼크가 결합해 생성된 원소로 이루어진 우리. 즉, 우리 그리고 나는 기적 같은 빅뱅을 몸에 담고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정규 대표님은 두 번째 임계점, 생명의 탄생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지만 지구에도 큰 변화를 준 사건이라 설명하였습니다. 단세포가 진화하며 광합성을 하는 개체(남세균)가 탄생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산소가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남세균 덕분에 산소가 많이 만들어졌고, 지구는 산소가 가득한 환경이 되었습니다. 즉, 지구의 시스템은 단순히 광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생물과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정규 대표님은 지구와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이것이 지구의 환경을 지키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라 설명하였습니다.

이정규 대표님께서 설명한 세 번째 임계점은 진화의 매커니즘과 관련이 있습니다. 기존에 진화는 적자생존이라는 경쟁이론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다세포와 동물의 생존방식을 연구해보니 공생과 협력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제시하였습니다. 다세포는 단세포가 뭉쳐 하나의 생명체처럼 작동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세포 간 소통 채널이 필요했을 것이고, 이러한 방식은 단세포들 간의 공생과 협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우리의 몸 자체도 세포들 간의 공생과 협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이죠. 또한, 이정규 대표님은 매서운 추위도 이겨내는 황제펭귄의 허들링(huddling)을 소개하였습니다. 허들링은 펭귄이 원형으로 서로서로 꼭 붙어 기대는 것을 말하는데, 원형의 안쪽 부분은 따뜻해 열의 손실을 막아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깥에 있는 펭귄들은 추위를 견뎌내야 하므로 그들이 지칠 때면 안쪽 대열에 있던 펭귄들이 밖으로 나가 대열을 감싸주는 순환을 한다고 합니다. 이정규 대표님은 이처럼 협력하는 생물체 집단이 더 생존에 유리할 수 있는데 현대사회는 너무 경쟁이론에 매몰된 채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개체 하나의 이기적 선택은 그 개체의 생존에 유리할 수 있으나 집단적 시각에서 보면 협력하는 집단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이정규 대표님께서 제시한 마지막 임계점은 바로 인간과 지구 생물의 관계입니다. 진화를 하나의 선으로 인식하면 인간의 우월성, 생명 간의 우열을 가릴 수 있다고 비판하였습니다. 진화는 선이 아니라 나무가 자라는 것과 같으며 가지 하나하나가 하나의 생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명은 그저 환경에 맞춰 진화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생명체는 우월하고 어떤 생명체는 열등하다 말할 수 없다고 말씀하였습니다. 이정규 대표님은 인간은 모든 종과 진화의 역사를 함께 하였고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주의 탄생과 지구와 함께 하였으므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끝으로, 이정규 대표님은 우주진화사로 인간의 기원을 알게 된다면 ‘나’라는 정의와 ‘세계’에 대한 시각이 바뀔 수 있다고 말씀하였습니다. 나는 세계와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라 빅뱅의 순간부터 함께 하였고 지구와 그리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모든 것을 존중하고 나 자신을 가치있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씀하였습니다. 이러한 시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철학적 위기와 생태학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정리하였습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한윤정 한신대 생태문명원 대표님께서는 이정규 대표님의 강연에 보충하여 “생태적 영성”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한윤정 대표님께서는 근대적 물리학을 기반으로 한 세계관으로 인해 자연과 우리를 분리시키고 자연의 영향력을 최소화한 현대사회를 비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생태적 영성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씀하였습니다. 대표님께서 ‘영성’은 자연과의 연결감, 타자를 비롯한 다른 생명과의 유대감, 그로부터 자아를 구성하고 세계를 성찰하는 능력을 가리킨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자연의 짜임새에 대한 지식의 증가-무수한 형식의 생명, 매혹적인 진화적 발전 패턴, 모든 것을 함께 연결하는 역동적 과정-는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이들에게 영적 태도를 불러일으키며 우주진화사는 이를 통합적으로 보여준다고 말씀하였습니다. 우주진화사를 통해 우리는 자연에 대해 가졌던 경외감을 상기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통해 생태적 영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생태적 영성이 기후생태위기와 불평등, 전쟁과 폭력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생태적 영성을 함양함으로써 안정감, 충족감,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윤정 대표님께서는 자연은 영성의 원천이며 영성을 회복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유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도시의 일상과 문화 속에서 영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하였습니다.

지정토론에 이어 패널로 참여한 분들께서도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개진해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회원분들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