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비지니스 2009년 07월 13일 장승규 기자kjang@kbizweek.com
샘표간장’. 1946년 서울 충무로에서 일본인이 운영하던 간장 공장을 인수해 창업한 고(故) 박규회 사장은 상표를 ‘샘물처럼 솟아라’라는 뜻에서 ‘샘표’로 지었다. 그랬던 것이 어느덧 국내 최장수 등록상표가 됐다. 현재 샘표식품은 박승복(87) 회장과 박진선(59) 사장까지 3대를 이어가며 간장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2006년 우리금융 계열 사모 투자 펀드(PEF) 전문 회사인 우리PEF의 마르스 펀드가 지분을 매집해 2대주주에 오르면서 샘표식품은 오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작년 마르스 측은 공개 매수 카드를 꺼내 들었고 박 사장 등의 횡령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나 60여 년 동안 쌓아 온 전통의 힘은 무서웠다. 주주들은 표 대결에서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고 3개월 동안 받은 국세청 조사도 깨끗했다. 마르스는 30%의 지분을 쥔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박 사장은 “기업은 주가를 올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주주 자본주의는 틀렸다”고 말했다. 지난 6월 30일 충무로 본사에서 ‘철학 박사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한 박 사장을 만나 ‘백년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장수 기업의 가치는 무엇입니까.
기업이 오래 지속했다는 것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바르게 성장해 왔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고 사랑도 받을 수 있는 거죠. 그런 기업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회에 작지만 큰 행복을 줍니다. 또 그런 기업에서 일하는 구성원들도 행복하지요.
샘표식품의 장수 비결은 무엇입니까.
회사를 세운 할아버지(고 박규회 사장)가 남기신 기본 철학이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할아버지는 ‘인화, 신용, 봉사’를 샘표식품의 사훈으로 정하셨어요. 언뜻 보면 기업의 사훈으로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죠. 할아버지는 정말 검소하고 성실하고 항상 신용을 지키셨어요. 마음으로나 행동으로나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셨어요. 그런 것들이 은연중에 배어 이어져 내려온 겁니다. ‘설마 그럴까’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1990년 회사에 들어와 경영하면서 ‘그 영향이 그대로 남아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출처 : http://www.kbizweek.com/cp/view.asp?vol_no=710&art_no=33&sec_cd=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