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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 이것이 달랐다]동아제분서 이름 바꾼 ‘동아원’

지난달 7일 부산 동구 좌천동 동아원 부산공장에서 열린 공장 현대화사업 준공식에서 이창식 동아원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회사 관계자들이 새로 증설한 생산라인을 일본 측 협력회사 대표에게 설명하고 있다. 이 공장은 1956년 준공한 동아원의 대표적인 제분 공장이다. 사진 제공 동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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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과 밀접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산업이 몇 가지 있다. 매일 먹는 빵과 과자, 국수 등의 원료인 밀가루를 만드는 제분회사가 대표적이다. 제분업은 1950년대까지 한국의 ‘대표 산업’이었지만 1970, 80년대 고도성장기에 대중의 관심에서 급격히 멀어졌다.

그런 제분회사 가운데 최근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선언한 회사가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제분회사였던 동아제분이 이름을 바꾼 동아원이다. 동아제분은 1953년 제분업계의 선두 주자로 설립됐지만 신동아그룹 몰락과 함께 2000년 경쟁사인 한국제분에 인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회사의 역사와 이름, 그리고 주력 업종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동아원은 설립 후 50년 넘게 ‘제분업’ 한 우물을 팠지만 이제 해외 식량자원 개발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 이창식 동아원 사장은 “모그룹 해체와 피인수, 거기에 업종을 바꾼 도전까지 함축된 동아원의 역사야말로 ‘한국형 장수기업’의 새로운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설립에서 라이벌의 인수까지

동아제분은 1953년 신동아그룹 창업주인 고 최성모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설립 당시 이름은 ‘조선제분’. 훗날 대한생명과 신동아건설 등을 계열사로 둔 신동아그룹의 모태가 되었을 만큼 조선제분 설립은 성공적이었다.

동아제분은 창립 후 3년 만인 1956년 부산공장을 준공하며 국내 굴지의 제분회사로 떠올랐다. 당시는 제분, 제당, 면공업 등 ‘3백(白) 산업’이 한국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때였다. 동아제분은 부산과 인천 공장을 중심으로 영남과 경인지역 제분업계를 장악했다.

2000년은 동아제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다. 1999년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구속 이후 그룹이 해체되며 동아제분도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회사 자체가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제분업계 라이벌이었던 한국제분이 동아제분을 인수했다. 한국제분은 인수 이후 동아제분을 합병하지 않고 별도의 회사로 운영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라이벌의 기업 인수였지만 그게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 계기가 됐다고 동아원 측은 말한다. 한 회사 관계자는 “동아제분은 영남과 수도권에서 강세였고 한국제분은 호남과 충청권에 기반을 둔 회사였던 만큼 전국적인 판매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8년 현재 동아원의 제분업계 시장점유율은 15.4% 수준이고, 한국제분 점유율을 포함하면 약 25%다.

○ 해외에서 발견한 성장동력

최근 동아원의 관심은 해외로 쏠려 있다. 여기엔 국내 제분시장이 이제 포화 상태인 만큼 해외를 노리지 않고서는 성장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작용했다. 이 사장은 “국내 제분시장은 동아원, 대한제분, CJ제일제당 등 이른바 ‘빅3’가 75%를 장악한 채 시장 성장이 멈춘 상태”라며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위기감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했다”고 말했다.

또 2007년 곡물가격 급등 때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던 호주산 원맥을 수입하느라 애를 먹었던 경험도 동아원의 최근 해외진출을 가속화시켰다. 2007년 당시 면류(麵類) 생산 회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호주산 밀을 구하지 못해 회사 경영진이 미국과 캐나다 등의 밀 산지를 직접 찾아다녔던 것. ‘생산자 중심’ 시장인 곡물시장의 쓴맛을 톡톡히 본 셈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곳이 캄보디아다. 동아원은 지난달 대주주로 있는 해외자원개발 전문기업 코지드를 통해 캄보디아에 사료용 옥수수 곡물기지를 건립했다. 3년 동안 450억 원가량 투자해 캄보디아 파일린과 칸달, 시아누크빌 등지에 곡물 건조장과 저장시설을 짓고 있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처음부터 농장 개발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해외 곡물 저장 시설과 건조장 등을 지은 후 농장 건립에 나설 계획이다. 또 단독으로 도입하면 실패 확률이 높은 밀보다 옥수수 같은 사료용 곡물 자급화부터 나섰다.

이 사장은 “3개월 후부터는 캄보디아에서 매입한 옥수수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며 “2009년 상반기 2000억 원 정도인 매출을 2015년까지 1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donga.com/3/all/20091128/244297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