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26년 04월 02일 15:00
- 장소
- 한국여성재단 2층 W나누리 마포구 월드컵북로 5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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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제1회 미래포럼 회원포럼 후기
한국의 ‘추출주의’와 ‘남겨진’ 지역들
2026년 4월 2일, 미래포럼 제1회 회원포럼이 한국여성재단 W나누리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은 ‘한국의 추출주의와 남겨진 지역들’을 주제로,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백영경 교수가 발제를 맡아 한국 사회의 지역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는 자리였다.
추출주의(extractivism)는 그동안 남미나 동남아시아와 같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개발 문제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강연은 이 개념이 한국 사회에도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지역 개발과 성장의 이면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추출주의란 특정 지역의 자원과 노동, 환경이 외부로 이전되고, 그 결과로 지역에는 손실과 공백이 남는 구조를 의미한다. 백 교수는 이러한 구조가 한국에서도 반복되어 왔음을 강조했다.
강연에서는 영풍 석포제련소, 사북 지역, 화순 탄광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한국형 추출주의의 실체를 설명했다. 오랜 기간 산업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했던 지역들은 산업이 쇠퇴한 이후에도 충분한 회복이나 대안을 제공받지 못한 채 ‘남겨진’ 공간이 되었다. 사북의 경우 탄광 폐광 이후 강원랜드를 중심으로 재편되었지만, 이는 지역의 자립적 발전이라기보다 외부 자본 중심 구조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화순 역시 폐광 이후 지역의 미래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며, 추출 이후 책임의 공백이 드러나는 사례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논의는 우리가 흔히 ‘지역소멸’이라고 부르는 현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지역소멸은 단순히 인구 감소나 청년 유출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지속된 자원 추출 구조의 결과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지역이 비어가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구조적으로 ‘비워진’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강연은 이러한 문제를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라는 관점과 연결시켰다. 산업의 전환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과정이 지역 주민의 삶과 권리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면, 또 다른 형태의 추출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의 회복과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단순한 산업 대체를 넘어, 자원의 분배 방식과 책임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 제기되었다.
이번 포럼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성장과 개발의 논리를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자리였다. 특히 지역을 단순한 ‘개발의 대상’이나 ‘정책의 단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구조적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앞으로 미래포럼이 다루게 될 다양한 의제들 역시, 이처럼 기존의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재해석하고 사회적 대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